영화 햄릿 The Tragedy of Hamlet, Prince of Denmark
1601년에 4대 비극 중 가장 먼저 집필되어 1603년에 처음으로 출간된 윌리엄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영화화했다. 소설 햄릿은 1605년, 1623년에 재출간 되었고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이란 평을 듣는 걸작이다.
다른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 같이 여러 전설과 구전들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당시의 고전에서 인용하는 부분도 많고 작품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햄릿은 전설의 인물 암레스(Amleth) 왕자의 이름 맨 뒷글자 h를 앞으로 옮긴 것이다. 16세기 말 토머스 키드의 작품 스페인의 비극(Spanish Tragedy)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주장이 신빙성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작중 배경은 덴마크 엘시노어의 크론보르 성이다. 셰익스피어는 당시 희극과 역사극 등을 주로 집필하였던 만큼 동시대의 다른 비극들과는 달리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기질이 강하다.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 아버지 덴마크 국왕의 시해와 어머니 거트루드의 변심, 인면수심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숙부 클로디어스의 모습을 보며 번뇌하고 미쳐가는 모습을 그리고 클로디어스도 파국을 맞이한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작중에서 햄릿이 복수를 계획하는 장면은 없다. 항상 클로디어스 타도를 맹세하고 괴팍한 언행으로 그의 일당을 당황하게 하지만 구체적인 복수의 수단을 모색하거나 그들의 악행을 고발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계속해서 나빠지고 부조리해지는 현실에 고민하고 치를 떨며 거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유형의 인물을 문학에서는 햄릿형 인물이라 분류하며, 돈키호테형 인물과 대립되는 인물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는 결국 거기에 휩쓸리고 자기 자신도 후회할 일을 (가령 누군가 숨어있자 무작정 찔렀는데 그게 폴로니어스였다거나 하는) 벌이고 만다. 이런 면을 보면 그는 침착한 복수자라기보단 앞뒤 가리지 않고 좌충우돌하는 반항아이다. 비극 햄릿은 바로 그런 주인공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림으로 말미암아 젊은이의 좌절과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다.
사실 햄릿은 여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처럼 한창 엘리자베스 1세의 후계자 문제로 불안하던 시기에 셰익스피어가 생각하는 이상적이지 못한 리더상의 하나로 표현되며 총명하고, 재능은 있으나 행동력이 없는 사람으로 묘사가 된다. 그와 반대되는 인물인 포틴브라스가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역시 리더는 행동력이 있어야 된다는 셰익스피어의 사상을 표현했다. 결국 왕족들이 모두 죽은 덴마크는 행동력 있고, 명예로우며, 과거에는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노르웨이의 포틴브라스라는 이상적인 리더에게 귀속되는 엔딩으로 끝이 난다.
햄릿의 원전은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한다. 스페인이나 아이슬란드 쪽에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중에서 덴마크의 암레스(Amleth) 왕자의 이야기를 가장 원전으로 여긴다.
1948년햄릿
존 길구드, 알렉 기네스와 같이 셰익스피어 극의 대가로 이름 날리던 로런스 올리비에가 직접 제작, 연출, 각색, 그리고 햄릿 역을 맡았다. 2시간 반 정도로 1996년 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긴 편에 속한다. 영화의 완성도는 굉장히 좋아서 아카데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그리고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주연상을 동시에 받은 사례는 2023년 현재까지 이 작품과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이 2개가 전부다. 황금사자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경우는 한동안 이 작품이 유일했으며, 외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재밌는 이력이 많은 영화다. 오필리어 역의 진 시먼스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1990년햄릿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으로 유명한 프랭코 제피렐리가 연출했고, 리썰 웨폰과 매드 맥스로 한창 뜨던 멜 깁슨이 햄릿을 연기했다. 이 영화 속 햄릿은 조금 사악한데, 아래의 편지 사건은 모두 원작에 나오는 내용. 물론 직접적으로 극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햄릿이 호레이쇼에게 어떤 일이 있었다 정도로 설명해준다. 햄릿은 무덤지기가 왕자인 자신에게 말장난을 한다고 세상이 말세라고 하는가 하면 로젠크란츠나 길든스턴의 죽음에 대해서도 두 거물 사이에 싸움에 끼어든 하찮은 자들의 죽음은 자신의 양심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도 하는 등 딱히 이 영화에서만 사악하다고 할 수는 없다.
편지 사건의 경우, 햄릿이 알고 일부러 바꾸어 놓는다. 물론 편지의 내용을 바꾸는 것은 원작에도 있는 이야기다. 클로디어스가 영국 왕에게 '햄릿을 죽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데, 배를 타고 가던 도중 햄릿이 그것을 발견하고 내용을 '이 편지를 들고가는 놈을 절차나 재판 따지지 말고 바로 죽여라'로 바꾼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햄릿은 해적의 습격을 받아 납치되어 덴마크로 돌아가고, 편지는 아첨꾼 로젠크란츠와 길든스턴이 그대로 들고 간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면서 두 사람이 죽은 것에 대해선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첨꾼의 최후라면서. 그 외에 앨런 베이츠가 클로디어스 왕, 글렌 클로즈가 거트루드 왕비, 헬레나 본햄 카터가 오필리어를 연기했다.
1996년 햄릿
1996년 작품은 위에 서술된 영국의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의 계보를 잇는 케네스 브래너가 직접 연출, 각색과 함께 햄릿을 연기했다. 그 압도적인 길이 때문에 각색 과정에서 내용이 많이 잘려나간 다른 영화들에 비해, 이 영화는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연상시키는 19세기 초중반으로 바뀐 것만 제외하면 원작을 거의 대부분 활용했다. 그렇기에 햄릿을 영화화한 작품에서는 거진 끝판왕 취급을 받는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고, 수상 실적도 이렇다 할 것 없지만, 전문가들에게 그동안 영화화한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평가받는 등 영화의 질은 좋은 편. 여담으로 폴 토머스 앤더슨의 영화 마스터 이전까지 70mm 필름으로 찍은 마지막 영화였다.
총 분량이 4시간 가까이 되지만 그렇게 길어보이지 않는다. 또한 롱 쇼트와 하이 앵글을 사용하여 우유부단한 햄릿의 전형을 잘 보여준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
그 외 배역은 데릭 제이코비가 클로디어스 왕, 줄리 크리스티가 거트루드 왕비, 케이트 윈슬렛이 오필리어 역을 맡았다. 더 무서운 것은 조연진의 면면인데, 영화 시작부터 잭 레먼이 나오며, 그 외에도 찰턴 헤스턴, 리처드 애튼버러, 빌리 크리스탈, 로빈 윌리엄스, 제라르 드파르디유, 주디 덴치, 줄리아 스타일스, 존 길구드, 크리스찬 베일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조연이나 단역으로 출연했다.